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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글을 쓰는지

다른 분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글을 쓰고 싶어 고민하다가, 신사업 디자이너로서 제가 직접 겪어온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 재직 중인 회사는 물론, 전 직장, 전전 직장에서도 신사업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다 보니 경험이 많이 쌓이게 되기도 했고 작년 출시한 프로젝트가 이제 1년이 된 시점인 지금 이 주제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싶었어요.

이 글에서는 신규 사업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어떻게 일하는 것이 좋은지 몸소 느낀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보려 합니다. 별거 없을 수도 있지만,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제가 경험한 신사업의 세계로 먼저 들어가볼까요?

신사업 팀에서 일한다는 건?

신사업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다양한 신사업을 경험하며 제가 느낀 공통점은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마치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개척자가 된다는 것. 팀 전체가 힘을 합쳐 새 선박을 만들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바다를 향해 항해를 시작하는 상태입니다.

신사업 디자이너 01

그 항해 내내 선원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질문이 맴돌죠. 배에는 무엇을 실어야 할까. 정말 그곳에 신대륙이 존재하긴 할까. 제가 경험한 모든 신사업 프로젝트 초창기에 동료들과 가장 많이 나눈 대화 역시 “이 프로젝트, 정말 잘 될 수 있을까요?” 였습니다. 확신보다 물음표가 많은 환경, 그것이 신사업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인 저는 그 선박 안에서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신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들에게 내밀 우리의 물건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들의 눈길을 끌 형태, 손에 편하게 잡히는 실용적인 구조. 선장의 결정에 따라 노를 젓는 역할도 있지만, 저는 그 안에서 디자이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향을 잡아야 했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역할

사람마다 생각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신사업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일반적인 디자인 업무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단계일수록, 공들인 첫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이 있는데요.

“"브랜드나 제품을 하나의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디자인은 그 사람에게 입히는 옷과 같다."”

신사업 디자이너 02

그 사람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옷차림이 후줄근하면 사람들은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증명하듯,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 더 알아보고 싶어지는 정갈한 옷차림을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브랜딩하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로서 제가 생각하는 역할입니다. 저는 힐오라는 선박에 올라타, 알아보고 싶어지는 외형과 사용성을 갖추게 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인 넘어서의 역할

그런데 신사업에서의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일은, 사실 앱의 설계와 디자인에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사업 팀, 특히 인원이 적은 초기 조직에서 ‘유일한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가집니다.

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합류했지만, 실제로는 디자인의 전반적인 모든걸 보는 일을 하게되었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처음부터 설계하고, UI 화면을 넘어 그래픽, 프로모션 디자인까지. 말하자면 ‘힐오’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는 과정 전반에 디자이너로서 손을 얹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는 서비스의 모든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정말 이걸 다 해야 하나 싶었지만 어느 순간, 이 경험이 오히려 큰 그림을 보는 눈을 키워준다는 걸 느꼈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숲 전체를 설계하는 감각, 그게 신사업 프로젝트에서만 가능한 디자이너의 성장이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서비스와 함께한 1년의 시간

그렇게 넓어진 시야로 함께 만들어온 힐오의 1년은 어땠을까요?

힐오팀에 합류한 뒤 2달 만에 MVP를 출시하고, 이후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며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수천 명의 유저를 모으는 과정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한 명 한 명의 유저와 환자분들에게 저희 서비스가 닿을 때마다 훨씬 큰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0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그 부담을 뚫고 나왔을 때의 성취감. 신사업 팀에서 일한다는 건 그 둘을 동시에 안고 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힐오가 출시된지 딱 1년이 되어가는 지금 디자이너로서 제 역할을 다하며 만든 프로젝트가 성장하는 모습은 프로덕트가 성장하는데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다하게하는 힘이 되고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신사업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화면을 잘 그리는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브랜드의 첫인상을 설계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가능성을 시각화하고, 때로는 디자인 너머의 영역까지 책임지는 태도. 이 모든 것이 모여 0에서 1을 만드는 동력이 된다는 걸 1년 동안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며, 시장에서 살아남는 데 디자인만이 전부라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신사업이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디자인이 든든한 무기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함께한 팀원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많이 배우게 된 것 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늘또한 긴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짧은 회고글도 이 전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한 번 구경와 주세요. 그럼 저는 다음 글로 제 생각을 전해드리러 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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